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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E-GMP에 담긴 기술에 대해

2020-12-18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에는 기존 자동차를 뛰어넘는 기능적, 감성적 경험이 가득하다. E-GMP는 어떤 기술로 이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일까? 전동화개발센터장 최우석 상무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는 여러 혁신적인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800V 초고속 충전과 400V 고속 충전을 동시 지원하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18분 충전만으로 5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주행거리, 배터리를 외부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등이 돋보인다. 이들 기능은 모두 전기차의 사용 편의성과 활용성을 극적으로 개선하고, 지금까지의 전기차가 제공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GMP의 이런 차별화된 기능은 현대·기아차 전동화개발센터에서 탄생했다. 전동화개발센터는 전동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 등의 설계 및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미래 전동화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차세대 시스템 및 다양한 신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전동화개발센터장 최우석 상무를 만나 E-GMP의 여러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E-GMP에 적용된 *PE 시스템이 기존 현대차그룹의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 더 나아가 타사의 전기차 기술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일까?

E-GMP의 PE 시스템에서 가장 차별화된 점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적용한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에 있다.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란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 인프라와 이미 시장에 많이 보급되어 있는 400V 급속충전 인프라를 별도의 부품 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소비자가 충전 설비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E-GMP는 충전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덕분에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5분 충전만으로도 약 1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의 구동 시스템. 구동용 모터와 감속기, 전력 변환을 위한 인버터, 동력원을 담고 있는 배터리로 구성된다.


물론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전기차가 400V 충전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에도 가능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온보드 차저라는 부품을 별도로 차량에 장착해야 한다. 가정용 110V 전자기기를 220V에서 사용하기 위해 트랜스 같은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전기차에서는 400V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제어기 옵션을 마련해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불편을 덜어준 기술이 바로 E-GMP의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충전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배터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Q.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의 개발은 상품성 조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전기차 구매 시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충전 시간 단축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로 5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80% 충전 기준). 빠르면 1~2분 정도로 가득 주유가 가능한 내연기관차를 이용해오던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긴 충전 시간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기차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추세이기 때문에 충전 시간은 더욱 길어지게 된다.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충전 속도가 3배 이상 빠른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이다.

Q. 현재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전기차의 성능과 효율성도 뛰어나다. 이런 상황에서 E-GMP에 탑재된 PE 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성을 어떻게 차별화 했는지 궁금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파생된 기존 전기차도 훌륭하다. 하지만 한계 또한 존재한다. 그 한계는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에서 비롯한다. 모터, 배터리 등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내연기관 플랫폼에 맞춰 개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전기차임에도 전기차 전용 부품을 쓸 수 없고,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다른 전동화 자동차와 부품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반면 E-GMP는 플랫폼 기획 단계부터 오로지 전기차만을 위한 PE 시스템과 부품을 함께 검토했다. 그 결과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일체화 해 PE 시스템을 더욱 콤팩트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구동 모터에서 전기 에너지를 변환하는 핵심 부품인 파워 모듈에 실리콘 카바이드(SiC)라고 하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를 적용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5% 정도 개선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 같은 수치를 배터리 에너지로 환산하면 배터리 모듈을 약 1.5개 가량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만큼 전체 중량을 줄이는 효과도 발생한다.

특히, 전력반도체의 소재 변경은 E-GMP에 적용된 전기차 전용 부품의 장점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예다. 배터리의 직류(DC 전류)를 교류(AC 전류)로 바꿔주는 인버터 설계 시 전력반도체로 SiC나 Si(실리콘)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력반도체를 만들 때 Si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SiC에는 Si가 갖지 못한 장점이 존재한다. 바로 고전압, 고전류, 고온에서 작동 가능한 성질이다. 따라서 고전압 방식인 800V 시스템에서 인버터의 효율을 올리는데 Si보다 SiC가 더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E-GMP의 주 구동 모터인 후륜모터의 인버터에 시스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SiC 파워모듈을 적용했다. 동시에 전륜모터에는 자체 개발한 Si 파워모듈을 적용시킴으로써 E-GMP는 가격적인 측면과 효율적인 측면을 최적화 할 수 있었다.

Q. E-GMP에 탑재된 배터리는 ‘표준화’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배터리 표준화가 실제 전기차 개발 과정에 어떤 도움이 되며,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때에는 각 차량에 적합한 배터리 모듈과 이로 구성된 배터리 팩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때문에 개발 기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E-GMP는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 1종으로 차량별 요구 주행거리에 맞춰 배터리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즉,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만들고자 하면 배터리 모듈의 숫자만 늘리면 된다. 덕분에 개발 기간과 자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이 같은 생산 과정의 혁신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기존보다 효율이 높은 모듈 단위로 배터리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또한, 추후 배터리 A/S 시에도 문제가 발생한 배터리 모듈만을 교체할 수 있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Q. E-GMP의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로 향후 대형 세단이나 SUV를 위한 대형 배터리 팩 구성도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가능한 배터리 팩 구성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E-GMP가 적용된 다양한 차급의 세단, SUV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 전개할 예정이며, 차량의 요구 주행거리 등에 맞춰 배터리 용량을 변경할 수 있다. 그에 따라 향후 적용될 100kW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최종적인 배터리 용량 및 주행거리는 시장의 요구와 안전성, 생산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 최적화할 계획이다.

Q. 2021년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는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다. 이들 차종이 E-GMP를 적용함으로써 갖는 기존 전기차와 차별화된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시스템 효율 증대에 의한 주행거리 증가, 800V 초고속 충전 지원에 의한 충전시간 단축이라는 장점이 생긴다. 물론 그 외에도 E-GMP 적용으로 인한 장점은 많다. 전기차 전용으로 설계된 부품을 활용해 V2L(Vehicle to Load) 기술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V2L 기술은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로 공급하는 기술이다. 전기차의 구동용 배터리를 거대한 보조 배터리로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덕분에 E-GMP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차 CV는 지금의 전기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용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예컨대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가정용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 공급해 야외에서도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요즘처럼 캠핑이나 차박을 많이 하는 시대에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물론 현재 판매 중인 일부 전기차에서도 220V 인버터를 활용해 캠핑 시 전자제품을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E-GMP에 탑재된 V2L은 캠핑 전용 제품이 아닌 대용량의 전원이 필요한 가정용 가전제품을 야외에서 그대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더욱 넓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내부 배터리 전력으로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방전이 되어 길거리에 멈춰선 전기차를 유용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Q. 전기차에서 모터의 기술력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것 같지만, 배터리의 개발과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질문처럼 전기차의 모터 기술력은 제조사별로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버터에 적용한 SiC 전력반도체 등을 통해 모터 시스템의 효율을 93%까지 달성한 상태다.

배터리 기술은 과거에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그 결과 전기차 주행거리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다만, 배터리 충전 시간이 긴 만큼 그에 준하는 넉넉한 주행거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 기반한 배터리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Q.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큰 만큼 현재 전기차를 만드는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런 움직임에도 동참할까?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차량의 무게, 주행거리 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한, 전기차의 가격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려면 배터리 수급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는 이유를 바로 이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행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해질이 액체 상태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이 고체 상태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 덕분에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비해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더욱 높기 때문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 기술을 보다 고도화 하면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통해 보다 긴 주행거리, 충전 편의성 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술의 발전, 배터리 가격의 하락 등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언제쯤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설 수 있을까?

전기차 개발 현황을 보면 주행거리나 충전 시간은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에 근접하는 중이라고 본다. 배터리 셀 소재의 지속적인 개발 등으로 배터리의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복합적인 결과로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기존 자동차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기능적, 감성적 가치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E-GMP에 적용된 V2L 기능이 좋은 예다. 그 외에도 무선충전이나 자율주행 등 사용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적용돼 전기차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40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57%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그 쯤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설 것이라고 본다.

Q. 내연기관 자동차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훨씬 짧은 시간 만에 급격히 발전했다. 이런 속도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전기차 관련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전동화 기술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회사들은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해 꽤 오랜 전부터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미 30여 년 전부터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E-GMP 또한 수십 년 간 진행해온 연구 개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 및 저탄소 배출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과 강화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전기차 기술 발전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충전 인프라의 확대로 인해 전기차를 이용하기 매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기술 발전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시장 및 인프라의 변화, 그리고 모터 및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부품의 기술 개발 경쟁이 심화되며 전기차 기술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기차 기술은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무인배달차, UAM(Urban Air Mobility) 등 기존에 없던 수요를 창출하며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Q. E-GMP를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의 등장이 향후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미래 모빌리티의 발전과 등장에도 영향을 끼칠까?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 카는 기존 자동차보다 정밀한 차량 제어가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위해선 고성능 제어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기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E-GMP는 모터 시스템의 높은 효율을 확보했으며, 각 차종에서 요구되는 에너지에 맞춰 대용량의 배터리 탑재가 가능하다. 지금의 플랫폼은 소화할 수 없는 대용량의 전기 에너지가 필요한 기술을 E-GMP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E-GMP를 바탕으로 하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는 없었던, E-GMP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